Page 139 - 어포삼랑13호 9-10월 합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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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란의 손아귀에 들어갔어요. 신하 중에는 힘들게 전쟁을 하지 말고 그냥 항복하자
               는 사람도 있었어요.



                이때 강감찬이 나섰습니다. “이번에 패한 것은 우리 쪽 장군의 실수일 뿐이며, 결

               코 고려가 약한 탓이 아닙니다. 잠깐 동안만 물러나서 전열을 가다듬으면 충분히 이
               길 수 있습니다”라고 설득했어요.

               강감찬은 키가 작고 인물도 볼품이 없어 평소에는 사람들이 그를 특별히 여기지 않
               았어요. 그런데 나라에 큰 일이 닥치자 빈틈없고 단호한 그의 말에 모두 깜짝 놀랐

               어요.
               강감찬은 임금님을 전쟁터에서 멀리 피신을 시키고, 외교술와 전투력을 발휘하여

               힘들지 않게 거란을 물리쳤어요. 지나고 보니 강감찬의 말이 옳았던 것이죠. 임금님
               은 나라 사이의 대세를 알아차리는 강감찬의 안목과 판단력을 보고 크게 칭찬했어

               요.



                그로부터 8년 뒤에 거란의 10만 대군이 다시 고려를 침략 했어요. 임금님은 강감
               찬을 ‘상원수대장군’에 임명을 했어요. 지금으로 말하면 별이 다섯 개인 원수 중에

               도 가장 높은 계급이랍니다.
               강감찬은 곧바로 군사들을 이끌고 ‘흥화진’으로 갔어요. 1만 2천명의 군사를 산골

               짜기에 숨기고, 굵은 새끼줄로 쇠가죽을 엮어 강물을 막았어요. 이것을 눈치채지 못
               했던 거란 군사들이 얕아진 강으로 걸어 들어왔을 때, 고려 군사들이 갑자기 새끼줄

               을 끊어버렸어요. 그러자 많은 거란군이 엄청난 물살에 휩쓸려 내려갔어요. 얼마 남
               지 않은 거란군이 골짜기로 기어 올라오자 숨어있던 우리 병사들이 쉽게 무찔렀죠.

               강감찬 장군의 지략이 크게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어요.



                이때부터 지리를 잘 알던 우리 군사들은 이곳 저곳에서 승리를 했어요. 마침내 거
               란군은 후퇴하기 시작했고 그나마 남은 군사들이 ‘귀주’에 집결을 했는데, 강감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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