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 - 어포삼랑 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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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과 식물원, 박물관을 지을 때 일제는 이 일이 정무에 바쁜 순종황제에게
위안을 주고 백성들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심지어는 창경궁 내 동물원
과 식물원 건립에 대한 이완용의 건의를 순종황제가 크게 만족해하며 허락했다고
도 꾸며서 알렸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은 대한제국과 대한제국황실의 권위, 역
사성, 정통성을 훼손하기 위한 것입니다.
창경궁을 파괴하는 일련의 작업은 경복궁의 수많은 전각을 허물고 총독부 건물
을 지은 것, 조선왕조의 상징인 광화문을 다른 자리로 옮긴 것, 조선 왕실의 정통
성을 상징하는 공간인 사직단을 사직공원으로 만든 것과 맥을 같이 합니다. 대한
제국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들을 파괴하며 조선을 하나하나 지워버리는 작업이었
습니다.
이쯤에서 다시 글의 처음으로 돌아가 봅니다. 상제님께서 창경궁에수 일간 머무
르신 때는 1908년 음력 12월입니다. 양력으론 대략 1909년 1~2월에 해당됩니
다. 이때는 순종황제가 창덕궁에 머물며 무력한 황제로 크게 상심하며 지내던 시
기이자, 을사5적과 이토 히로부미가 병탄을 위한 일련의 과정을 밟던 시기였습니
다. 이때 9년 천지공사의 핵심을 이루는 1908년 무신납월공사를 보시며 상제님
께서 창경궁에 머무르셨다는 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 걸까요?
먼저 상제님께선 이 공사로 대한제국의 앞으로의 운명을 보여주셨습니다. “일
본이 나가고 미국이 들어오며 지천태 운이 열린다.”는 말씀은 일제가 조선에 들
어왔다 나가고, 미국이 들어오며, 우주가을의 지천태 운이 열린다는 뜻입니다.
다음으로 상제님께선 가을개벽의 전개과정도 보여주고 계십니다. “해가 저물
면 판과 바둑이 주인에게 돌아가고, 난리가 나가고 병이 들어온다”는 말씀에서
이를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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