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8 - 동방신선학교 창간호(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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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삼신할머니 같은 화파는 천상 꽃밭에서 자라나는 꽃을 인간 세상에 전해
주는데 그 꽃을 받으면 아이가 태어난다고 합니다. 천상의 꽃밭에는 붉은 꽃과 하
얀 꽃이 자랐는데 여신이 붉은 꽃의 영혼을 보내면 여자 아이가, 하얀 꽃의 영혼을
보내면 남자 아이가 태어난다는 겁니다. 그리고 여신이 꽃밭의 꽃들에 물을 주고
잘 돌봐주면 인간세상에서 자라는 아이도 건강하며, 꽃들에 물이 부족하거나 벌레
가 생기면 인간세상의 아이도 병에 걸린다고 믿습니다.
유석번劉錫蕃이 지은 『영표기만嶺表紀蠻』(1934)에서는 ‘성모’에게 제사지내는 장족
습속이 있는데 ‘성모’는 ‘화파’라고도 한다. 장족은 음력 2월 2일이 화파의 탄신일
이라고 하여 화루花樓(꽃 망루)를 세우고 제단을 설치해 제사를 지내며, 수많은 남녀
가 모여 노래 부르고 먹으며 떠들썩하게 보냅니다. 또한 장족 사람들은 아이가 없
거나 아이가 자주 병에 걸리면 무사를 청하여 ‘붉은 다리 세우기’, ‘채화 받기’ 등을
행하여 ‘화파’의 영험함을 기원하고 있습니다.
98 동방신선학교 2023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