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4 - 어포삼랑 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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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모님께서 주안을 들이라 명하시어 술을 드셨어요. 그러다 갑자기 마루에 나가시
          어 동쪽을 향해 큰 소리로 “수남아!” 하고 세 번을 외치셨어요.



                                             당시 수남은 일본 동경으로 건너가 은행에서

                                               근무하고 있었어요. 그곳에서 일본 여자와 결
                                                혼한 후 생활이 풍족해지면서 집에 편지도

                                                 끊고 귀국할 의사가 전혀 없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은행에서 일을 하는 도중 어디선

                                                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어요.
                                              그 소리를 가만히 들어보니 익숙한 태모님의

                                            음성이었어요.



          깜짝 놀라 밖으로 나가 주변을 둘러보았어요. 그러나 그 어디에도 태모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어요.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면서 고향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

          어요.



           수남은 “어머니께 병이 생겼다는 핑계를 대고 2주간의 휴가를 얻었어요. 그리고
          그날 바로 일본 동경에서 출발해 다음 날 저녁 하관역에 도착했어요.



           그런데 그날 신문에, 낮에 일어난 관동대지진에 대한 기사가 실려있었는데 수남의

          집과 근무처 일대가 큰 피해를 입었다고 했어요.



           고향 집으로 돌아온 수남은 어머니와 형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자신이 태모님의 목소리를 들은 그때가 바로 태모님께서 동쪽을

          향해 수남을 세 번 부르신 시각이었어요.



           수남은 이 은혜에 감사드리고자 어머니와 함께 태모님을 찾아뵈었어요. 태모님께
          서는 그냥 태연하게 앉아 계시며 “응, 수남이 왔냐?” 라고 말씀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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