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4 - 동방신선학교 창간호(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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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제목은 「백자비百字碑」입니다. ‘백자비百字碑’는 20구 100자로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는 내단 수련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기氣를 길러야
한다고 합니다. 기를 기르기 위해서는 ‘말을 잊고 전일함을 오롯이 지키는 경
지에 이르러야 하고, 마음을 가라앉혀 모든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이 없는 무위
無爲의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유일명劉一明은 「백자비주百字碑注」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성명지도 시종수양 선천허무진일지기이이 별무타물
性命之道 始終修養 先天虛無眞一之氣而已 別無他物
성명의 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선천의 허무虛無의 진일眞一의 기를 닦고 기
를 뿐이니, 별도로 다른 것이 없다.
(유일명劉一明 「백자비주百字碑注」)
도교의 내단 수련법은 ‘허무진일虛無眞一’의 기를 수련하는 데 있다는 점을 강
조합니다. 본성과 목숨을 동시에 수련하는 성명쌍수性命雙修법을 통해 우주만물
의 ‘창조적 변화작용의 기틀’(조화기造化機)에 통달하면,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과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단 수련의 비결
여동빈은 내단 수련의 비결을 한마디로 천지조화天地造化의 기틀, 즉 움직임
과 고요함의 유래를 알아서 음양陰陽(감坎과 리離, 수水와 화火)이 화합하는 이치를
깨닫는 데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렇듯 천지의 음양이 승강하는 이치를 인체에
적용시키는 것이 여동빈 내단 수련의 핵심입니다.
사람은 유한의 목숨과 무한의 본성을 하나로 융합한 통일체입니다. 도교의
내단 사상은 유한한 생명을 지닌 인간 존재가 무한의 도체道體인 본성을 회복
하여 장생불사長生不死 하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습니다. 내단의 도는 본성과
목숨의 근본이고 삶과 죽음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관건이 되는 것입니다.
내단을 수련하여 천지조화天地造化를 온몸으로 체험하는 것이 여동빈의 내
단 사상의 중요한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천지조화는 천일합일天人合一과 천
인동구天人同構에 기초하기에 대우주의 조화와 소우주의 조화가 둘이 아니라는
것을 자신의 몸속에서 직접 체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124 동방신선학교 2023 봄